미술치료 수업을 받으면 학기 내내 선생님이 반복할 때가 있어요.너무나 당연하지만 나에게는 왠지 어려웠던 그 일.
직접 그리고 꾸준히 미술 작업을 해야 합니다.
학창시절 미술시간이 제일 좋았던 저였는데 지금도 미술작품 보는 걸 좋아하는데 직접 뭘 그리는 건 너무 어려워요
그림과 저 사이에 심리적인 벽이 하나 서 있는 느낌이었죠.
지금 듣고 있는 미술치료 과목 중에서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과목은 모두 드로잉 실기가 있는 과목들이었습니다. 아트저널링, 드로잉매체 탐색 등…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못 잡았어요. 뭘 만져도 그려도 만족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 제게도 작은 아하! 모멘트가 찾아와서 바로 지난 학기 미술 재활 실습입니다.
6주 동안 미술치료 실습을 하기 위해 팀을 만들면서 미대를 나온 A선생님과 같은 팀이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매체에 대한 전혀 다른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A선생님은 항상 재료를 풍부하게 다양하게 준비하셨는데 당시 저는 6주 실습에 왜 이렇게까지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뭐까지?’라고 생각한 재료가 있었는데 실제로 내담자가 그 재료를 아주 유용하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 활용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저는 계획된 예산과 계획된 범위 내에서만요. 투입비용에대해서최대한효과를낼수있는최소한의재료를구입해야된다고만생각했던거죠.
이때저의심리적장벽하나를발견했습니다.그동안 저는 ‘효율’이라는 단어에 갇혀있었어요
기업에서 일하면서 항상 기획을 하고 예산을 보고하면 그 예산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 머리를 쥐어짜야 했어요 계획되고 예상대로 일이 진행되었을 때 그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어요.
하지만 미술치료는 계획하고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어요.
내 인생도 계획과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는데도 난 그 사실에 늘 전전긍긍했어요. 퇴근 후 흘러가는 일상조차도 계획이 없으면 불안했어요. 빨래를 개고 강의를 듣고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 등 돈을 벌지 않으면 뭐든지 끊임없이 배우는 게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오로지 그림에만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매우 ‘효율’에 어긋나는 일이었습니다. 실습에 대비하기 위해 미술 작업을 해 보는 것과 단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시간에 수업을 통해 이론을 배우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어요. 미술치료를 공부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졸업 프로젝트를 위한 작품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지금은 무조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상태가 됐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율’의 개념을 새롭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머리가 아니라 가슴의 효율로
그리고 미술 치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항상 내 마음을 무겁게 했던 두 번째 장벽.
미술시간이 제일 즐겁고, 미술공부를 하고 싶지만 나의 의견이 없었다, 어떻게 나의 진로를 찾는지도 모른 채 엄마의 기대에만 맞추려 했던 과거의 그 시간들이 쌓여
저는 미술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미술을 해보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던 저에게 어머니는 미술에 소질이 없다고 단칼에 잘라 보더니 지금은 너는 미술에 소질이 있으니 그쪽에서 해보라고 말하기도 하고 제 마음을 뒤집기도 합니다.
그래도 자꾸 궁금해서 등록했던 평생교육원 수채화반에서는 수강생의 수준과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저의 어리석음만 탓하고 나왔습니다.
무언가를 바라는 동시에 무섭고 때로는 공연히 미워지기도 하는 상태.
내가 뭘 원하는지 항상 망설이고 마음이 가더라도 완전히 즐기거나 빠져들 여유를 갖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해 특히 높은 기준을 제시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나는 너무 싫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언제까지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쫓기도록 나를 다그쳐야 하는걸까? 도대체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게 무슨 기준일까?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데 누가 제한을 두고 누가 평가할 수 있느냐 나부터 나에게 안전한 심리적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하지 않을까?
오늘 드디어 한번도 못쓰고 먼지만 쌓인 오일파스텔을 꺼냈어요.
고마운 유튜버들 덕분에 오전 내내 3장의 그림을 연달아 그리면서 뭔가 막힌 것을 깨달은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은 뭘 그려도 구석에 처박거나 버렸지만 오늘 그림은 처음 내 방문에 붙여봤습니다. 열면 안 보이는 벽 쪽이긴 하지만 어설픈 솜씨로 처음 배 대신 웃음이 나오기도 하더군요.
제 마음이 변한 것 같은데 그 실체는 좀 더 잘 살펴봐야 알겠죠?
오늘 그린 그림을 보면서 이 풍경을 선택한 제 마음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너는 미술에 소질이 없다. 중학생 때였나요? 당시 냉정하셨던 어머니의 이 한마디가 지금도 생생하게 m.blog.naver.com 제가 미술치료에 관심을 가진지는 꽤 되었지만 작년에야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온라인 m.blog.naver.com 설렘반 걱정반에서 시작한 미술치료 공부가 벌써 졸업학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공부가 재미있어서… m.blog.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