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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31 이례적인 폭설이 계속되는 제주의 날씨 한가운데서 지금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한다.역시 노는구나! 하하하!!! 누가 보면 로또 맞았을걸?이왕 이렇게 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마당에 후회 없이 시간을 즐겨야 할까.

며칠 전 고쇼다케의 설경이 자꾸만 눈에 선해 다시 산을 찾고 싶어진다.남편과 매일 일어나 확인하는 것은 중산간도로 cctv 확인.오늘은 성판악 괜찮다는 남편의 확실한 증언을 믿고 드디어 사라 오름에 도전해 본다.

역시 제설 작업이 늦은 관계로 도로변에 주차가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8시 40분쯤 도착해 주차한 뒤 잠시 걸어가 휴게소에서 김밥과 어묵을 먹고 출발한다.내 생애 첫 백록담도 눈 쌓인 겨울산이었는데.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산에 살고 글씨도 모르는 두사람이 멋모르고 겨울이 되면 산에 가니까.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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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을 내려도 영하로 기온이 많이 내려가는 일이 없어서 햇빛만 잘 들어도 금방 녹아버리는데 산이 다르네, 확실히.나무 끝에서 녹아 성판악 입구에서는 걷는 길만 눈이 쌓였다.물론 완만한 고도에서도 서서히 올라갈수록 눈 쌓인 나무를 많이 볼 수 있었다.오승악이랑은 또 다른 느낌특히 그랬던 이유는 엄청난 등산객 그룹의 행진? 탓이었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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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는 한없이 봤어. 당신의 뒷모습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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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아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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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처진 감나무의 모습이 등산을 더욱 괴롭히는 듯하다.자신의 몸을 숨기고 의지하면서 인간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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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두께가 대단한 것 같아.고요하게 오랫동안 내린 탓인지 모습이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아 마치 예술작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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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사진 같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 달라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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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지 않지만 동물의 발자국이었다.얼마 안 된 시간, 널이 지나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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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숨이 차서 날씨가 좀 덥다. 이미 여러 그룹의 어른들은 KTX 속도로 (동북쪽 속도에 비해) 사라졌다.목표를 위한 한국인의 의지만은 인정해야 한다.그만큼 휴식도 필요하다.쉬는 것도 일하는 것만큼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해.흔히 빨리 도달하는 능력 주위 사회의 염증에서 비롯된 그 뿌리깊은 내 것이 아닌 음악에 자책과 분노에서 비롯된 지금 시간.

내게는 더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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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거품의 세상이 됐어.하얀 물감으로 여기저기 터치를 해놓은 것 같다.내 눈앞에 펼쳐지는 눈 장난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어떻게 살아가야 나도 내게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내가 편할 수 있을까말없는 자연이 내게 던져준 무거운 질문 한 가지를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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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복판 너와 내가 만난 시간이다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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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고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지 사랑은 이렇게 언제까지나 네 곁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으니 매미는 우는 것이다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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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숲길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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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오길 잘했다. 노리고 있으니까 기회는 오겠지!!! 하기야 몇년을 기다렸으니까.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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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었던 풍경

사라 오름은 온데간데없다.풍덩 빠져 있다.

와~ 좋아~ 수십 번 했던 것 같은데?해도 해도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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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하타 대피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본격적인 오르막길에 확실히 눈이 녹지 않고 많이 쌓였다.그 큰 키를 자랑하던 나무들이 반반 자라고 있다.뿌리가 온통 눈에 덮여 있겠지.사람의 왕래가 겨우 생겼을 뿐 거대한 눈 속에 있는 느낌이다.멀리서 보이는 우직한 산줄기는 어떤 매와 같은 존재로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으니 예쁘게 보이려고 칭찬받으려고 노력하는 행동이 참으로 어리석어 보일 수 있다.

무엇을 위해 매일을 이겨내고 견뎌낼 것인가.그렇다고 인생을 자포자기하자는 뜻은 아니다.또 그저 즐기면서 살자는 무책임한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내게 주어진 질문 스스로에게 되묻는 질문 거대한 자연과 마주하다 보면 자신의 한계에 대해, 인생의 허무에 대해 더 분명하게 느끼는 것 같다.그리고 살고자 하는 의지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에게, 우리 두 사람에게.생각하게 되다.진짜 ‘생각’이라는 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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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놀 때는 열심히 하는데 욕심쟁이는 정말 없는 사람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내가 힘이 되어 줄께.언제까지나 몽몽몽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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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나무가 되었다니!! 깜짝!! 이런 일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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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이었나?인증샷을 1장 남겨야 돼특별주문이라 사명감 있게 찰칵! 남편의 도도함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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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오름 입구다!올라가서 사람들이 멈춰서 기다리고 있어해발 1300m 정도의 설경에 사람도 많고 길도 험한 것 같다.나도 헤헷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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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M만 더 올라가면 사라 오름 정상이네오~ 신났네 신났다.얼마 전 분화구가 얼어서 눈에 덮여 있는 사진을 보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너무 하더라고요.아무거나?수백만비우든나는의지의한국인이니까.

입구 나무계단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눈이 쌓인 높이도 다르고 나무마다 쌓인 눈과 모양도 달라졌다.나무 자체에서 뿜어내는 과학적인 뭔가의 영향일까?(정말로 이럴 땐, 내가 똑똑했으면 좋겠다.다만 감탄하기에는 너무 궁금한 것이 많은 자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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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내리는 사람이 많아 마음의 여유를 갖고 마음껏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지만 야성의 감으로 막 찍었다.그래도 그 투박함이 좋네.그게 겨울이니까화려한 옷을 벗고 드디어 드러나는 실체.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 자체!! 순수함에서 홀연한 고독이 느껴지는 자유

겨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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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동북쪽에는 역사적인 날로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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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구에 있는 산꼭대기 호수가 꽁꽁 얼어서 흰 눈으로 덮여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거의 물이 마르지 않고 산꼭대기를 이루는 것은 다음으로 미뤄야 한다.이곳에 자생하는 나무들도 보다 잘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보자.눈꽃은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니 지금이 얼마나 다행인가.윈터드림 제대로 이루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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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오름은 제주시에 위치한 사라봉과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다. 사라는 한국의 산 이름에 표기되는 술에서 파생돼 신성한 산과 지역을 뜻한다. 또한 ‘사라’는 불교적 의미로는 ‘깨달음’과 ‘알고 있다’는 뜻으로, 제주 지명에는 불교적 영향을 받아 범어가 많이 남아 있다.[네이버지식백과] 사라 오름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우리 여보 멋있어!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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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 한국은 겨울이 없어진다고 한다.그때까지 살 것도 없지만 겨울이 없었다면 이런 사진이 참 신기할 것 같았다.

겨울의 한 시절을 나는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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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 유일한 오르막길이라고 친절한 설명까지 해 주는 사람들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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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 때보다 확실히 녹았네밭 대피소 1컷! 이렇게까지 술냄새가 물씬 풍기다니! 으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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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면 내려가야 하는 게 산이래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과 마찬가지지.지금은 내가 아닌 내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길이겠지.그리고 만약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도 그 모습도 나라고 위로하고 사랑하자.이 기나긴 제주도의 겨울이 우리가 꿈꾸는 어딘가 무엇인가를 물게 하는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기억해보자.

변함없는 사람으로서 더 강해지는 ‘우리’가 되자.당신. 12KM 오늘도 수고했어요!